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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나는 춘방 다방을 알아.. 나는 춘방 다방 늙은 마담을 알아..

by 시골쥐 2022. 10.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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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춘방 다방을 안다.. 다시 말하면 춘방 다방 늙은 마담도 알아~

 

춘방다방이야기

 

출입문은 철문에 그림스티커를 붙인거구~ 왼쪽창은 살링방이고 다방에는 창문이 없어~ 입구부터 비밀스럽지?

1. 너무 궁금했었지~

십수 년 전, 영춘으로 발령이 나서 영춘면 별방리를 매일 지나다녀야 했는데.. 내부가 보이지 않는 꽁꽁 닫힌 갈색 나무 문에 창문 하나 없는 그 다방 속이 왜 그리 궁금했던지.. 영 폐쇄적인 분위기에다 이름도 아리송한 춘방 다방이라.. 춘방 다방 다분히 문학적인 작명이라 생각했어.. 내 알고 있는 천상병 부인이 운영한 찻집 <귀천>을 떠올리며 그럴듯한 멋진 상상 속에 몇 년을 지나다녔어.. 십수 년 전, 그때만 해도 나는 혼자서 어디를 다니질 못했지~ 코로나 이후부터 혼자서 진짜 잘 싸돌아 다녀.. 텔레비전에서 모이지 말라잖아 ㅠㅠ.

2. 호기심으로 춘방 다방 문 열기..

실내는 작고 어두컴컴하고.. 손님이라곤 막 들어선 나뿐이고.. 벽에 바른 벽지는 늘어나 있고.. 한복 입은 수출용 인형 한쌍이 날 내려다보고.. 빨강 초록 조화 꽃이 군데군데 꽂혀있고.. 내 앉은 의자는 오래된 진한 갈색 3인용 소파.. 그래 연탄난로도 있었어.. 테이블 위에는 손님들 먹으라고 튀긴 검은콩을 국대접에 담아놨더라..  진짜 오래오래 된 느낌.. 이 공간은 70년대쯤에 갇혀있었어.. 냉큼 난로 옆에 앉아 고소한 검은콩을 끌어다 한 움큼 입에 넣으며 "여긴 뭐가 맛있어요?"

3. 나는 춘방 다방 늙은 마담을 알아~

춘방 다방을 지키는 늙은 마담은 주방 옆 살림방에서 붉은 립스틱을 위아래 입술로 뻑! 뻑! 부딪혀 바르면서 "쌍화차를 많이 찾아요~"하면서 나오셨어.. 오래된 작은 흰색 커피잔에 둥근 유리병에 든 쌍화차 원액 두세 숟가락.. 뜨거운 물에 타서 휘저어 돌리고 계란 노른자를 동동 띄워 내왔어.. 집에 있는 닭이 금방 낳은 달걀이라고 하셨지.. 맞아! 나도 70년대 다방에서 쌍화차를 그렇게 만드는 걸 본 적 있어~ 여긴 쌍화차도 레트로네~ 요즘 새로 생긴 전통찻집에서는 한약재를 끓여서 견과류 잔뜩 넣어 주던데 ㅠㅠ (대신, 쌍화차 한잔에 3천 원)

4. 친구와 둘이 두 잔을 시켰는데 말이야~

아~ 갑분싸! 늙은 마담이 이런저런 얘기를 하면서 내 곁에 앉는 거야.. 내가 눈치가 쫌 빨라? 엄청 빠르지~^^ 그래서 얼른 쌍화차 한잔을 더 주문하고 드시라고 했어.. (어디서 들은 얘기는 있어갖고ᆢ) 여기서 다방 하신 지 40여 년 되셨고~ 이 동네, 예전에는 흥청흥청해서 다방이 4개나 있었는데 다 없어졌다고.. 그래도 이 동네 수박농사를 많이 짓는데 다들 큰 밭에 부농이래.. 그래서 농사철 농부들이 커피 마시러 많이 오셔서 괜찮다고 자랑하시더라~ 나 이만하면 많이 알지???

5. 그런데 말이야~ 오늘..

오늘은 가을 하늘이 얼마나 파랗고 깨끗한지.. 친구가 이런 날은 무조건 밖으로 나가야 한다고 해서 몇 년 만에 큰 산을 두 개 넘어 춘방 다방으로 춘방 다방으로~ 왔지.. 출입구가 세련되었다 했더니 다방 안은 더 세련이야~ 내 알던 늙은 마담은 안 보이고 낯선 늙은 누이가 그분은 작년에 돌아가셨다고 ㅠㅠ. 멀리서 친구들이 오면 이 지역 이색 장소로 춘방 다방에 데리고 여러 번 갔었거든.. 몇 년간 들리지도 않았던 춘방 다방 늙은 마담이 너무 보고 싶어 졌어.. 인생무상!!! 오늘은 슬퍼..


늙은마담에게 전해받은 밥솥ᆢ 컵 따뜻하게 보온중
늙은누이가 책읽고 글쓰는 작은 공간

6. 춘방 다방 새 마담은 글 쓰는 늙은 누이야~

늙은 마담은 작년 초 돌아가시고 글 쓰는 늙은 누이가 작업실 겸하려고 다방을 인수하셨다고.. 낮에만 5시간 영업하고 손님 없으면 나물 다듬고 집안일도 갖고 와서 하고 책도 읽고 글 도쓰는 놀이터라네~ 책이 사방에 수북하고 아기자기 알록달록.. 샤방샤방.. 문학소녀의 자랑할 것 많은 비밀방 같아.. 손님인 나는 매실차 한잔 마시다 말고 요기조기 구경하고.. 뒷마당에서 지고 있는 맨드라미~ 씨 받으려고 한송이를 꺾어서 또 오겠다며 들어오는 손님과 자리를 바꿔 문을 나섰지..

7. 춘방 다방 요점정리

그니깐 예전 분위기는 하나도 없어ㅠㅠ  그 속에 변하지 않은 것은 2가지야
1) 손님.. 여전히 그때 그 농사꾼으로 이제는 세월만큼이나 비틀걸음이 많아진 노인네들이고
2) 보온밥솥.. 늙은 마담에게 물려받은 춘방 다방 주방 꿀팁! 여긴 따뜻한 물이 안 나와서 보온밥솥으로 상시 컵을 데우는 데 사용하신다고..  춘방 다방 늙은 마담이 겨우 하나 남겨주신 보온밥솥.. 그나마 반갑지 뭐~ 보온밥솥 베리굿! 이야~ 늙은 마담 아이디어 베리굿! 이야~


* 위치는 단양군 영춘면 별방리 삼거리
오늘 들으니 춘방 다방은 영춘면 별방리에서 가운데 한자씩 뽑아 만든 이름이라더군~ㅎㅎ
* 춘방 다방 찻값은 전 메뉴 올 2천 원
* tv에 여러 번 소개된 명소로 관광객 많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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