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지방신문 전면에 실린 퇴직 교장선생님의 이야기를 읽었다. 퇴직 전 미용사 자격증을 취득하여 어려운 이웃을 위한 미용 봉사하시며 인생 2막을 보람 있게 사신다는 말씀이셨다. 나도 평생직장 다니며 돈 되는 일만 했으니, 이제는 순전히 남을 위하여 시간과 정성을 쏟을 수 있다면 내겐 아주 보람된 일이라 생각했다. 그날로 우리 동네 미용학원을 알아보았다. 미용사는 세분화되어 피부, 메이크업, 네일이 있으며 미용사(일반) 자격증으로는 머리카락을 자르고 아름답게 가꾸는 일을 할 수가 있다.
미용사(일반) 국가 자격증을 취득 과정
1. 미용학원 등록하는 방법
내가 사는 지역에서 미용학원을 고른다. 학원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어서 오가며 보았던 우리 동네에서 제일 간판이 큰 학원으로 들어갔다. 학원에서는 강사가 상담을 해주었는데 구직자는 국비로 전액 지원을 받아 교육비 부담이 전혀 없지만, 재직자는 월 16만 원씩 8개월치를 한꺼번에 내면 미용실습재료까지 나눠준다고 하였다. 큰 맘먹고 간 것이라 망설임 없이 그 자리에서 카드결제를 하고 교육시간을 조율하였다. 그리고 가위, 빗 등의 미용재료를 큰 가방으로 하나 가득 주었고, 신문지 5cm 두께로 길게 잘라오라는 숙제와 엄청 두꺼운 미용 이론 책을 주며 시간 날 때마다 읽어보라고 한 것이 학원 등록 첫날의 모습이었다.
2. 미용 실기의 시작은 가위질부터, 미용 이론은 무조건 외우기
1) 가위연습 - 미용학원에서의 첫 실기는 가위 연습이다. 가위는 엄지와 약지를 가위 구멍에 하나씩 끼우고 신문지를 5cm 두께로 길게 자른 것을 왼손으로 잡고, 오른손에는 가위를 잡고 4cm씩 잘라내는 것이었다. 가위를 벌려 천천히 들이밀었다가 가위를 오므리며 천천히 빼어 흔들리지 않고 가로선을 수평으로 맞춰가며 자르는 연습을 수 없이 많이 하였다.
2) 미용이론은 미용 이론, 공중보건학, 소독학, 피부학, 공중위생법규 5파트로 나뉘는데 내용이 많고 어려운 편이다. 나는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도 어려워 무조건 외우기로 했다.(그리고 참! 미용고등학교 학생들은 필기시험이 면제된다.) 휴일마다 도서관에 가서 책과 씨름을 하였고 국가기술자격 상시검정시험을 큐넷으로 접수하여 첫시험에서 이론은 통과하였다.
3. 미용 실기는 5가지 전체를, 머리가 아니라 몸이 알도록 해야 한다.
1) 헤어퍼머넌트는 35분 안에 머리 전체에 로뜨를 말아야 하는데 그 모양은 일반형 파마와 혼합형 파마가 있다.
2) 샴푸는 25분 안에 두피 스케일링과 샴푸, 린스를 하게 되는데 손가락을 이용하여 튕기기, 눌러서 밀기, 손가락 돌려서 거품내기 및 지압 등 10여 가지 기법을 이용하여 샴푸 및 린스를 하여야 하고 마무리는 머릿수건을 터번처럼 말아야 한다.
3) 커트는 30분 안에 앞머리가 긴 단발형 커트인 스파니엘, 앞머리가 짧고 뒷머리가 긴 커드인 이사도라, 뒷 꽁지가 빠진 그래쥬에이션 커트, 머리카락 길이가 다 같은 레이어 커트 중에 하나를 완성하여야 한다.
4) 드라이는 30분 안에 스파니엘은 인컬, 이사도라는 아웃컬, 그래쥬에이션도 인컬을 한다. 레이어드 커트 경우에는 롤 드라이를 한다.
5) 염색은 25분 안에 초록색, 보라색, 주황색으로 머리카락을 염색할 수 있어야 한다.
4. 나와의 싸움, 지루한 연습과정
5가지 실기 중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것이 헤어 퍼머넌트이다. 학원에 도착하면 각자의 테이블 위에 얼굴이 있는 통가발을 세우고, 서로들 인사할 사이도 없이 로뜨를 돌린다. 도서관도 아닌데 말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이 숨죽여 자신의 통가발과 씨름을 하다 보면 2~3시간은 금방 지나간다. 첫 실기시험에서 떨어지고, 멀미가 날 정도로 열심히 로뜨 연습을 하고 또 하였다. 내가 미용학원 등록하고 4달 후 코로나가 시작되었고, 그 후에는 학원을 갔다 안 갔다를 반복하며 시간이 지났다. 미용 실기의 99%가 퍼머넌트를 위한 로뜨 감기로 지루하고 힘든 시간을 보냈다.
5. 드디어 미용기능사 자격증 받기
미용 이론 시험에 합격하면 2년간 실기시험을 볼 수가 있다. 2년이 지나면 다시 이론시험을 봐야 하는 것이다. 이론 공부 다신 하고 싶지 않았다. 코로나로 실기시험이 있다가 없다가를 반복하였지만 이론시험 2년은 그냥 지켜지는 것이라 하였다. 두 번째 미용 실기시험을 서울 휘경동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보았다. 새벽부터 준비하여 간 나는 첫번째 커트 시험에서 분무기에 물을 채우고 꼭 잠그질 않았고 커트 시험 도중 분무기 통이 바닥으로 떨어지면서 내 자리가 물바다가 되는 엄청난 실수를 하였다. 그러나, 그 후에 실시한 퍼머넌트에서는 내가 로뜨 말기 연습을 얼마나 많이 했는지 시험보는 수험생 중 1등으로 파마말기를 완성하였다. 그리고 큐넷에서 합격을 확인하였다.
6. 그런데, 나보고 파마 해달라는 사람이 없다
나는 국가자격증을 받은 것이 너무나 자랑스러웠고 이 사람 저 사람에게 파마할래? 하고 물어보았다. 100명은 연습해야 어느 정도 손에 익을 것 같아 파마약을 100인분 준비하고 경로당에서 할머니들은 상대로 파마를 시작하였다. 어르신들 비위를 맞춰가며, 경로당을 두 번 찾아가서 파마와 커트를 해드렸는데 다시 오라는 말씀이 없으셨다. 나중에 소문 들으니 "그 사람 파마를 너무 못해!"였다. 그렇게 나의 봉사활동은 무참히 끝이 났다. 이제, 맘씨 좋은 남편과 맘씨 좋은 친구 남편 외에 내게 머리를 맡기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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