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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나의 크리스마스는 별 볼일 없이 그냥 지나가고 있어.

by 시골쥐 2022. 12.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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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sns를 하잖아~ 고양이그림 그려서 한 장씩 올리면 전 세계 사람들이 하트도 누르고 댓글도  남겨줘~ 참 신기하지? 그 사람들, 내가 우리 집에서 살그머니 그린 작은 그림을 어떻게 마주하고 하트를 누르는 걸까? 내가 그림을 그리도록 이끄는 하트를  누가 눌렀나 찾아보면  러시아, 일본, 미국, 동남아, 칠레, 브라질, 덴마크...  정말 다양한 국가의 다양한 사람들이라 진짜 감동하게 된다니까~ 오늘은 sns에 온통 크리스마스얘기야. 우리 동네 마트에서만 시끄러운 줄 알았더니... 전 세계가 크리스마스 대목이더라고~

 

별 볼일 없이 지나가고 있는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 고양이

1. 일단, TV 틀어놓고 핸드폰으로는 너튜브보고...

예전엔 이런 날 어떻게 지냈었지? 기억도 안 나지만 오늘은 집에 나 혼자야. 오늘 같은 날 추우면 더 외로울 것 같아. 실내온도 잔뜩 올려놓고 반팔 입고 소파에 쿠션 두둑하게 쌓아서 허리 받치고 TV 틀어놓고 동시에 핸드폰으로는 너튜브에서 강아지들이 크리스마스 복장하고 돌아다니는 귀여운 동영상을 서너 시간 본 거 같아. 이리저리 옮겨가며 동영상에 TV를 동시에 보다 보면 몇 시간이 훌쩍 지나가~  여기 보면 저기가 재미있을 것 같고 저기 보면 여기가 재미있을 것 같고... 자장면 먹으면 짬뽕이 맛있을 것 같고, 짬뽕 먹으면 자장면이 맛있을 것 같고 말이야. 저녁 닭갈비 구워 혼자 잘 먹었더니 맥주도 치킨도 아이스크림도 아무것도 생각이 나지 않아~ 절대로 생각나지 않아서 이렇게 양쪽 영상만 보고 있어,

2. 뭔 데이? 데이는 왜 이렇게 많은 거야?  데이 때문에 외롭잖아!

누가 만들었는지 언제 만들었는지 왜 만들었는지 데이는 왜 이렇게 많은 거야? 각종 이벤트가 삶의 활력을 주는 것은 맞지~

1월 14일은 다이어리데이!!! 연인끼리 일기장을 선물하는 날 이래. 그리고 내 친한 동숙선생님 생일이기도 하지~ 

2월 14일은 밸런타인데이!!! 좋아하는 친구에게 여자가 남자에게 초콜릿을 선물하는 날이잖아~

3월 14일은 화이트데이!!! 친구나 연인 사이에 사탕을 선물하며 좋아하는 마음을 전하는 날 이래... 그리고

4월 14일은 블랙데이!!! 밸런타인데이와 화이트데이에 선물을 받지 못한 사람들이 짜장면을 먹는 날

5월 14일은 로즈데이!!! 연인들끼리 사랑의 표현으로 장미꽃을 주고받는 날

6월 14일은 키스데이!!! 연인들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뜻에서 키스를 나누는 날

7월 14일 실버데이!!! 연인들이 은반지를 주고받으며 미래를 약속하는 날

8월 14일 그린데이!!! 연인끼리 산림욕을 즐기는 날

9월 14일은 포토데이!!! 친구끼리 연인끼리 사진 찍는 날

10월 14일은 와인데이!!!  포도수확해서 얼른 만들어야겠네... 친구끼리 연인끼리 와인 마시는 날

11월 14일은 무비데이!!! 11월 11일 빼빼로데이에 연인끼리 별거별거 다 줘서인지  무비데이... 영화 한 편 같이 보셔~

12월 14일은 허그데이!!! 추운 겨울에 연인·가족·친구 등 소중한 사람을 포근하게 안아주며 서로에게 사랑하는 마음을 전하는 날이라네~ 그리고 며칠 지나지 않았는데 오늘이 크리스마스야.

그 외 2월 22일은 치약칫솔선물데이,  3월 3일은 삼겹살데이, 3월 7일은 참치데이, 5월 2일은 오이데이, 9월 9일은 닭고기 먹는 구구데이, 10월 4일은 천사데이로 장미 천송이!!! 천송이면 한송이에 1,000원이면 백만 원 아냐? 이건 좀 너무한 것 같다.  각종 데이 챙기다 보면 금방 빈털터리 되겠어~  각종 데이는 서로에게 과하지 않게 즐거운 놀이 정도로만 생각하며 보냈으면 좋겠어~  

3. 아~ 슬퍼!!! 내 친구는 오늘, 슬퍼서 술 푸는 중이라고 전화를 했어~

크리스마스에 외로운 건 나만은 아니야~ 내 친한 친구가 전화를 했어. 크리스마스에 너무 슬퍼서 혼자 술을 푸는 중이래~ 나는 어렸을 적 기억을 꼭 잡고 " 크리스마스는 모두가 함께 즐겁게 음식을 먹고, 선물도 나누고, 덕담도 하면서 즐겁게 노는 날이야"라고 생각했어. 그런데, 다들 그렇지만은 않은가 봐. 내 친구는 혼자서 와인 한잔 마시는 중이라고... 애들은 다 커서 집을 떠나가고, 남편은 오늘이 무슨 날이지 아무 관심도 없이 혼자 할 일 있다고 나가버렸대. 우리는 동시대를 살아왔으면서도 크리스마스 행사에 대한 기억은 다 다른가 봐. 가족이 함께 화려하게 놀아야 하는 날인데 말이야. 하긴, 교회도 안 다니면서... 오늘은 매일매일이 똑같은 나날의 하루일 뿐이야. 운 좋게 크리스마스 모임이 생긴 사람은  즐겁게~ 행복하게 보내고, 아무 일 없이 보내는 우리들은 알아서 메리 크리스마스지. 휴일을 알차게 잘 쉬면서 지내면 되는 것이지. 아무튼 오늘은 크리스마스이브야. 다들 메리크리스마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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