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핸드폰에 매일 많은 사진을 찍어서 저장한다. 그리고 어느 날, 핸드폰 용량이 꽉 차서 더 이상은 저장 안 되겠다는 글이 뜨면 어쩌나? 하는 고민을 한다. 그래서 가끔씩은 사진을 정리한다.
내 기억에 없는 사진 한 장, 우리 어머니의 지혜로운 치매 예방 법 4가지
1. 근데, 이 추어탕은 누구랑 먹은 걸까?
못 찍은 사진은 삭제하려고 사진갤러리를 보다가 추어탕 상차림 사진을 보았다. 요즘은 초상권 보호라는 것이 머릿속에 꽉 차서 인물은 안 나오게 사진 찍는 습관이 문제였던 것이다. 여기 흰색 와이셔츠는 남자를 상징하고 있는 것이 아니겠나? 분명, 날렵한 젊은 남자와 내가 추어탕을 먹는 사진이다. 누구였나? 누구였을까? 도무지 기억나지 않아 사진 상세정보를 눌러보았다. 2022.12.13. 오후 1시 31분... 그런데 어떤 남자랑 밥을 먹었지? 어떤 젊은 남자가 나랑 밥을 먹어준 게야? 고맙게도 말이야. 이제는 내가 나 때문에 궁금해죽을 지경이다...
2. 내가 치매인가? 친구에게 고민 털어놓기
며칠을 생각을 해도 그날은 하얗다.. 핸드폰에서 더 단서를 찾아보기로 했다. 먼저 13일에 지출결제가 있나? 보았더니 결제가 없다. 그럼 달력에 약속 써놓은 것은? 없다. 보름도 안 된 일인데 어떻게 이렇게 생각이 안 날 수가 있을까? 워낙 삶이 단순해서 아무 기록 없이 살았더니만, 기억도 백지상태로 날아간 것이다... 친구에게 사진을 보여주며 나의 기억력을 걱정했다. 친구는 사진을 한참 보더니 남자가 아니라 젊은 여자라는 거다. 손이 예쁘고 몸매가 단정한 것이 분명 여자이니 다시 생각해 보라고 했다. 12월 13일 여자... 그럼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서... 여자면 누구지?
3. 그럼 사진 속, 이 식당은 어딜까?
나는 추어탕을 보양식으로 생각해서 즐겨 먹는 음식이다. 누군가가 밥 먹자며 뭘 먹을까? 하고 물으면 나는 추어탕! 하고 답한다. 그리고 우리 동네 추어탕집은 두 군데만 간다.. 그 집이 이런 상차림이었나? 한 군데는 작은 항아리에 김치와 무김치를 주니까 거긴 땡!이고, 또 한집은 반찬을 여러 개 주는데 그 집인가 보다.. 테이블이랑 상차림모양이 그런 것 같다. 이 집은 양배추 샐러드를 줬었는데 사진에는 안 찍힌 모양이다... 그런데 사진 속 저 여자는 누구지? 억지로 한 사람 예상하는 사람 있는데 전화해서 확인해 봐야겠다. (궁금하신 분은 7. 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4. 기억이 안 나고 자신감 상실... 이젠 무조건 기억해야 해!!
기억 찾기에 일주일을 보냈다. 우리 어머니도 치매였는데ᆢ 이를 어쩌면 좋은가? 우리 어머니는 전국 어딜가던지 30년전 살던 춘천의 모습이다. 이리로 저리로 가면 누구네 집이고, 우리집은 조기조집 뒤에 있고, 저사람은 누구네 친척이고... 그래서 밖에만 나가면 늘 자신감 넘치게 뛰어 다니셨다.. 우리어머니 잃어버릴까 봐 목걸이를 해서 걸어드렸었는데... 나는 왜 벌써 기억이 없어졌을까?
5. 치매란 무엇이고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정상적으로 살아오던 사람이 치매에 걸리는 이유는 다양하다고 한다. 치매란 기억을 잃어버리고, 언어가 어눌해지며, 판단력이 흐려지는 등의 인지기능이 떨어져 일상생활을 못하게 되는 것을 말한다. 치매를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이거다 하고 알려져 있지 않지만, 병원에서는 치매의 예방을 위해 권고하는 것은 이런 것들이다. 정기적인 건강검진으로 뇌로 가는 혈류량 체크, 음주흡연금지, 적절한 운동, 규칙적인 고른 식사, 두뇌 사용하기, 사람들 만나 대화하기, 즐겁게 살기, 치매라 생각하면 얼른 병원으로 찾아가서 뇌건강 약을 먹고 치료받으면 치매를 지연시킬 수 있다고는 한다.
6 우리 어머니의 지혜로운 치매예방법 4가지 소개
옛날에는 화투 치는 것이 치매예방에 좋다고 화투를 권장하는 시대가 있었다.. 종일 쪼그리고 앉아 관절에 무리가 왕창 갈지라도 두뇌회전이 팡팡되는 것이 치매에 더 많은 도움이 되는 모양이다.
1) 우리 어머니는 동전주머니에 10원짜리 100원짜리를 가득 채워 들고 아침마다 경로당으로 나가셨다. 그리고 아침부터 화투치기 점심 먹고 화투치기를 실천하시다가
2) 저녁이 되어 각자 집으로 돌아가실 때, 우리 어머니도 구부정한 허리로 동네 한 바퀴를 꼭 돌고 적절한 운동으로 몸을 풀어주시고 집으로 돌아오시는 것이었다.
3) 우리 어머니 식사시간은 꼭꼭 지키셨고, 간식으로는 머리 좋아지라고 매일 치즈 한 장과 우유 한잔도 챙겨드셨다.
4) 조금만 몸이 아프시면 동네 삼성병원으로 일등으로 달려가서 의사 선생님의 따뜻한 손길과 다정한 말씀에 아주 행복해하시며 돌아오시곤 하셨다.
7. 나의 기억력 저장고... 카톡대화방, 구글 타임라인, 블랙박스, CCTV
나랑 같이 추어탕을 먹은 저 사람은 누구일까? 핸드폰에서 문자도 뒤져보았고, 영수증도 찾아보고, 사진도 살폈지만 단서 될만한 것이 전혀 없다고 포기할 즈음, 미궁에서 이 사건을 해결해준 것은 버로 카카오톡이었다. 나는 왜 이제야 카카오톡 대화가 생각났을까? 그래서 사진 속 사람이 젊은 남자이고 누군인지 내 기억 속에서 다 찾아냈다. 속이 다 시원하다. 그리고, 더 충격적인 것은 구글 타임라인에 12월 13일 내가 다닌 행선지가 모두 표시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물론, 타임라인이 뭔지도 모르고 내가 미리 동의해 놓은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cctv에 1인 하루평균 98회가 찍힌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의 조사가 있었다. 이제보니 핸드폰이... cctv가... 구글타임라인이... 블랙박스가 내 기억력을 대신해주고 있다. 나의 모든 기억은 다 소환되어진다. 나는 아주 훌륭하고도 무서운 IT세상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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