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을 50포기만들기 순서
나에겐 나보다 8살 많은 막내 이모가 계시다. 언니 같고 엄마 같은 분이으로 나는 이 세상에 이모가 없으면 아무것도 못할 것 같다. 김장 50포기는 절대로 꿈도 못 꾼다. 어느 봄날, 우리 이모와 나는 밭에다 닭똥을 듬뿍 주고 흙을 갈아엎어서 검정 비닐을 씌워 두었다. 닭똥이 흙에 잘 스며들었을듯한 5월 초에 참외 모종을 사다 심었고, 역시, 닭똥 덕분인지 달디 단 참외가 주렁주렁 많이도 달려서 커다란 대야에 참외를 잔뜩 담아서 내 식구도 실컷 먹이고, 이집저집 차로 참외 배달 다니면서 남의 집 식구들에게도 매일 밥 대신 참외만 먹으라고 나눠주었다. 내 제일 친한 친구는 "나, 이제 참외 안 좋아해~" 라 외쳤다. 그리고 8월 말에는 오늘의 김장을 위해 배추 모종을 사다가 심었다.
1. 김장재료 밭에다 심어두기
장마 지나면 참외가 다 망가진다. 그러면 참외를 다 걷어내고 그 자리에 배추를 심는다. 8월 말애 나는 배추 90포기를 쪼그리고 앉아 모종삽으로 한 포기씩 한 포기씩 죽지 말라고 물도 한 컵씩 주면서 심었다. 모종 심은 자리에 바람 들어가서 흙이 쉬이 마를까 봐 검정 비닐 경계까지 흙으로 꼭꼭 덮어두었다. 그리고 그 옆에 당파도 오천 원어치 사다가 흙속에 꼭꼭 묻어 두었고, 또 그 옆에 2,000원 주고 산 청갓 씨도 심고, 그리고 젤 중요한 총각 무씨와 김장 무씨도 꼭꼭 심었다. 그리고 세월이 석 달이 흐르고 흘러서 오늘은 김장을 하게 된 것이다. 이렇게 우리 집 김장은 시작부터가 완전 감동이다. 이제부터 우리 집 배추 50포기 김장을 하는 과정을 순서대로 설명해 보겠다.
2. 김장 전에 준비는? 체크~체크~
김장에는 준비할 것이 많다. 이것저것 생각할 것이 많아 어수선하겠지만 빼먹은 것 없이 잘 챙겨야 한다. 하나 빼먹으면 김장하다 말고 시장에 나가야 하기 때문에 보통 번거로운 것이 아니다.
1) 김장 첫 번째는 김장하는 날을 잡아야 한다. 날자가 잡히면
2) 김장 두 번 째는 김장하는 날까지 준비물을 챙겨야 하는 것이다. 육수는 사과로 하자고 미리 정해 두어서 육수재료는 북어대가리 한 봉지, 국멸치도 있으면 한 봉지 준비하고, 그리고 배추 절일 큰 고무통도 빌려다 놔야 하고, 배추 씻어둘 큰 소쿠리도 찾아도 놓고, 김치냉장고도 빨리 정리해서 김치통 씻어 말려 두고, 칼, 채칼, 도마, 빨간 대야도 다아 씻어 엎어놓아야 한다. 고춧가루는 청량 고춧가루와 일반 고춧가루로 1:2로 준비해야 매콤하고 맛있는 김치를 만들 수가 있다. 찹쌀도 한 되, 마늘도 많이, 생강도 적당히, 새우젓, 액젓 한통씩은 있는 거 쓰고, 소금은 집에 두 항아리나 있으니 걱정 없고 그리고, 그리고... 집집마다 다르겠지만 우리 집은 김장 전날을 이렇게 보낸다.
3. 배추 50포기 밭에서 댕강 잘라다 소금물에 절이기
1) 김장재료 밭에서 뽑아내기 - 김장 첫날 아침이다. 이슬이 좀 마른 다음에 배추를 뽑자고 했지만 맘이 급해선지 말하고 10분도 안되어 배추밭으로 들어가 배추를 잡고 씨름하는 나를 보게 되었다. 밭에 들어가 제대로 큰 배추를 골라서 칼로 밑동을 잘라내어 시들고 벌레 먹은 배춧잎은 떼어내고 50포기 모아두었다. 무도 30개 뽑았고, 총각무랑 당파도 있는 것 모두 다 뽑았다.
2) 배추 절이기 - 배추가 작은것은 2등분, 큰 것은 4 등분하여 잘라서 다시 모아 두었다. 그다음은 대야에 더운물로 소금을 풀어 다듬어 놓은 배추를 소금물에 풍덩 헹궈서 한 개씩 큰 고무통으로 옮겨 배추 한켜놓고 소금 한 움큼 뿌리고, 배추 한 켜 놓고 소금 한 움큼 뿌려놓았다가 저녁밥 먹고 난 후 그 배추를 다 뒤집어 준다. 아래 것은 위로 보내고 위에 것은 아래로 보내고... 그리고 다음 날 아침밥 먹으면서 또다시 뒤집어준다. 위아래 아래위... 빨리 절라고 무 담아 놓은 박스를 절이는 배추 위에 올려놓았다. 배추 절이는 시간은 24시간이 꼬박 걸린다. 배추만 절이면 김장 반은 한 거로 본다.
4. 김장 속재료 준비하면서 수육도 만들어야지~
배추 다 절였으면 깨끗이 씻어 소쿠리에 물 빠지라고 엎어놓고 물 빠질 때를 기다리며 배추 속을 준비한다.
1) 배추 속재료 준비하기 - 청갓, 당파를 물에 잘 씻어서 3cm 길이로 썰고 무 씻어서 채썰기, 마늘과 생강 찧기를 하면서
2) 육수 준비하기- 사과 씻어 물속에 풍덩! 북어대가리도 풍덩! 다시마, 멸치, 황기, 버섯도 풍덩! 집에 있는 재료 없는 재료 다 넣고 두 시간 장작불에 푹 삶다가 재료 건져내고 불린 찹쌀도 넣고 다시 끓여 멀건 육수 국물을 만들어둔다.
3) 준비한 속재료를 전부 섞어주기 - 빨간색 큰 고무통에 육수를 붓고 고춧가루를 넣어 휘저어 빨간 물을 만들어 무채를 넣어준다. 무채도 빨갛게 문질러주고 나서 당파, 청갓, 마늘, 생강, 매실진액, 새우젓, 젓갈 등등 준비한 속재료를 다 넣고 골고루 섞어주면 된다. 내가 뭐뭐 준비했었는지 빼먹지 말고 찬찬히 다 넣어야 한다. 나중에 배추에 속 넣다 생각날 수도 있고 김장이 다 끝나 김치냉장고에 넣은 다음에 생각날 수도 있으니 말이다.
4) 수육을 삶기 준비 - 김장도 배가 든든해야 하는 것이다. 어떨 땐 너무 바빠서 배고픈 것을 잊기도 하지만 맛있는 수육은 절대 잊으면 안 되는 거다. 돼지고기 생목살 3근 사서 된장 넣고 마늘 넣고 있는 파 넣고 푹~삶아서 김장 끝마무리쯤에 겉절이를 만들어 막걸리 한잔과 함께 먹으면 세상 행복해진다. 수육은 김장할 때에는 배추 다음으로 중요한 것이라 생각한다.
5. 절인 배추에 속 넣어 김치 완성! 김장 다 한 사람은 목욕탕으로~
1) 배추 속을 넣어 김장김치 완성 - 이제부터는 절여서 씻어놓은 배추를 큰 그릇에 두고 속재료를 켜켜이 넣어 단정한 모습으로 매만져서 김치통에 넣으면 되는 것이다. 김장김치를 김치통에 넣는 중간중간에 무조각을 박아두면 맛있고 시원한 무를 먹을 수 있다.
2) 속 넣기가 거의 끝날 즈음에 수육을 완성하고 된장찌개도 끓인다 - 한쪽에선 김장 마무리 한쪽에서는 식사 준비를 하는 것이다. 식사 준비가 끝나면 큰소리로 말한다. "밥 먹고 하자고.. 먹고살자고 하는 건데 죽자고 일하면 안 되잖아~" 수육 한 점 겉절이 김치에 돌돌 쌓아서 먹으면 얼마나 맛있는지... 연신 아! 맛있다! 아! 맛있다! 하며 얼마나 먹었는지를 모르겠다.
3) 우리 집 우리 집 김장의 마무리는 단체 목욕탕 - 빨간 고춧가루를 옷과 얼굴의 여기저기 묻혀가면서 우리 집 김장은 끝이 났다. 그러나, 우리 집 김장의 진짜 마무리는 단체 목욕탕을 가는 것이다.
6. 우리 집표 김장~ 요점정리!!!
1) 준비물.. 고무대야 3개, 소쿠리 3개, 그 외 무수한 그릇들을 몽땅 옆에 두고... 김치냉장고의 김치통 몽땅, 절구통, 칼 갈아놓고, 도마, 고무장갑, 속 장갑, 비닐장갑, 행주. 걸레도 있어야 해.. 그리고 앞치마 대신 입을 헌 운동복 윗옷, 몸빼바지, 털신
2) 준비재료.. 배추, 무, 총각무, 당파, 청갓, 마늘, 생강, 매운 청량 고춧가루, 안 매운 고춧가루, 사과, 배, 멸치젓갈, 액젓, 설탕, 소금..... 북어대가리, 다시마, 멸치, 파뿌리, 찹쌀... 수육 할 돼지고기, 마늘, 된장,
3) 뒷마무리.. 그릇은 씻어서 다 제자리로 보내고 새 김치로 가득 찬 김치통도 김치냉장고로 보내고.. 그리고 김장김치 이집저집 보내기 서울 사는 이모네는 내가 직접 배달~ 친구네도 한통씩 배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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